누구나 그렇겠지만, 연초가 되면 새해의 계획을 세워보고,
연말이면 그간 어떻게 살았나 돌아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연말의 기류가 더 크게 다가온다.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vs 끝이 좋으면 뭐든 것이 좋다
와 같이 시작이냐 마무리냐의 대결이라면 나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이고..
또 결과를 중시하다보니, 퀄리티고 나발이고 과정이고 뭐고
일단은 끝을 내자!! 주의인데.
그리그리 저리저리 해서, 연말이 되면 나는 한해동안 어떠한 결과물들을 남겼는지 돌이켜 보며 추억을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뭔가 룰 혹은 강박관념 처럼
1년에 하나 정도는 엄청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자!!!
한달에 하나 정도는 꽤 굵직한 프로젝트를 하자!!
일주일에 하나 정도는 뭔가를 마무리 하자...!!!
오늘 하루는 쓰래기처럼 살지는 말자...................(제발.....OTL)
매년 그 결과물속에 나의 다큐먼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염원이 있어왔고,
그게 마음처럼 이루어 지진 않아, 속상 까지는 아니어도 시간이 흐르고 흐를 무렵
2019년은 한해를 마무리 해보며, 와 드디어 짧지만 나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가 생겼다!!!
살다보니 수많은 이벤트를 경험하게 되었지만, 더 나은 무대를 향하기 위해
음악인은 참 고독한 삶을 살아야 하는구만?!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다람쥐쳇바퀴 돌듯 현실에 안주하며 산다면 지금 이상태로 나가면 되겠지만
더욱 더 성장을 위한다면 노력이란 필수인것인데.
문제는, 음악이라 함이 청각예술 즉 들어야 하니, 집중을 위해서는 누가 옆에서 이야기해도 정신사납고
전화통화도 그렇고 주변이 시끄러우면 안되어
방음실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사회적인 삶을 살지 않다보니,
발전, 노력 = 고독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역시나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는 페스티벌 전후에도 그런 일들의 반복이었기에
이를 알리는 내용의 영상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스치고 만나는 과정 중에, 송서울감독이라는 인연이 생겼다만,
그는 일단, 디제이 하는 모습들을 담고 싶은 것 보다, 디제이 바가지라는 인물에 대해서 되게 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미 남>
둘의 합심하에 바가지 베트남 투어의 영상을 만들어보고자 했지만 대실패로 돌아가고...
다가올 이벤트에서 뭔가 영상을 건져보기로 하고, 월디페와 울트라 역시도 함께하게 되는데,
울트라를 출발하기전 새벽.
역시나 잠은 오지 않았고, 송감독과는 어떻게 찍으면 좋을지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송감독은 아침 일찍 나의 작업실을 오기로 했었고 페스티벌 가기전 모습부터 공연장에 도착하고 공연을 하는 모습까지 담기로 했었는데
이왕 그렇게 출발하는 것
나는 페스티벌의 애프터 무비 제작이 아닌 다큐먼터리를 제작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몇년에 걸쳐서 찍고자 구상을 하고 있었기에, 대략적인 시놉은 머리로 생각해 놓고 있었고
새벽녘 얼렁뚱땅 콘티를 그려서 카톡으로 보내놓고는 잠이 들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콘티를 보고... 아래와 같은 작품이 나왔다는게 기적에 가까운 일>
그 알아보기도 힘들었던 콘티를 본인의 집에서 출발해서 나의 작업실에 도착하기까지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그렸던
송감독은 엄청난 실력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완성되어 버린 우리의 작품 Dayfly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보면 된다>
영상의 편집이 빠르게 끝난 후,
배경음악을 고르고 있는 참이었다.
원래는 기존의 나의 음악중 한곡을 택하여, 편집을 통해 배경음악으로 쓰고 싶었지만
가편집이 된 영상은 아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편집된 영상에 맞추어 감성을 더해가며 음악을 작곡하였고,
그에 맞는 나레이션 역시도 녹음을 하였다.
작곡보다 나레이션 녹음에 더욱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말이라는 것을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라
호소력이 적었고, 말의 강약이 어수선 하였는데
유투브에서 아나운서 발음법 강의를 2편정도 보고나니,,, 어느정도 극복 될 수 있었다
<나레이션이 빠진 음악만은 요기서 들을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재밌었던 것은
발콘티중에 이런 샷을 그려 두었고, 실제 현장에서 연출없는 촬영을 하였는데.
엉겹결에 만난 친구들과의 장면이 이토록 콘티와 같다니..!!!!
공개가 되어진 Dayfly 는 철져히 개인만족을 위한 작품이었기에 큰 반향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시간이 6개월이나 지난 지금도 가끔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뿐.
한번은 작품을 보신 분이,
영상의 의도가 외로운 아티스트가 페스티벌에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날때의 괴리감이 표현된 것 같은데,
무대에 짠! 하고 등장할때 훨씬 많은 대중앞에서고 홀로 방안에 남겨져 있었다면 더 와 닿았을 것 같다 하시면서
페스티벌 씬에 관객이 적었던게 조금 아쉽다 하셨는데.
"방안에서 열심히 고생은 했지만
아직 더 많은 사람들 앞에는 설 수 없는 나를 보여준 더 씁쓸한 샷이 아니었을 까요?"
라고 답을 했다.
Bagagee Viphex13 - Dayfly
[Short Music Documentary]
데 이 플 라 이
당신은 미쳐 알 수 없었던, 비행을 위한 디제이의 하루
Directed by Song Seoul
Film by YGR
Music by Bagagee Viphex13
Narration by Bagagee Viphex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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